어피닛 이철원 대표가 말하는 인도 '매스니치' 금융: 결제에서 대출로, 한국 조직에서 인도 조직으로

YouTube에서 열기 ↗
개요

인도에서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피닛의 이철원 대표가 인터뷰 2부에서 사업 확장 과정과 조직 운영을 이야기했다. 인도 출신으로 한국에서 31년을 산 방송인 럭키가 함께 출연해 현지 사정을 보탰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기존 금융권 밖에 있는 거대한 인구, 즉 '매스니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인도에서 사업을 하려면 회사가 먼저 인도를 이해하고 인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 분 분량
0:02

인도 시장과 어피닛의 실적

이 대표는 인도 시장의 역동성을 수치로 설명한다. 인도에는 유니콘 회사가 120개 넘게 있고, 그중 70%가 최근 5년 안에 등장했으며, 그 절반 이상이 핀테크 회사라는 것이다.

어피닛의 실적도 소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약 1,400억 원, 이익은 약 400억 원이었다. 올해는 매출 약 2,500억 원에 600억 원 이상을 예상한다. 이 대표는 회사가 잘한 부분도 있겠지만 인도가 워낙 좋은 시장이라는 점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이상 빠른 성장이 이어질 시장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0:50

결제 유저는 대출 유저가 되지 않았다

어피닛의 사업은 선불 휴대폰 이용자를 위한 잔액 확인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이후 충전 서비스로 넓혔고, 코로나 시기를 거쳐 대출로 옮겨 왔다. 진행자가 충전 고객과 대출 고객은 서로 다르지 않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원래 그렸던 그림부터 설명했다.

당시 선불 충전 서비스는 Paytm, PhonePe 등 이미 많았다. 어피닛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 들어가기로 했다. 충전하기 전에 요금제가 만료됐거나 잔액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 주면, 충전만 해 주는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초기에는 사용자를 많이 모았다. 이어 전기·수도·가스 요금 같은 공과금 결제, 위성 TV 요금 결제로 서비스를 넓혔다. 계획은 이 결제 유저들을 신용, 대출, 보험 같은 다른 금융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결제 유저가 대출 유저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꼽은 이유는 두 니즈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결제는 누구나 반복해서 하지만, 대출은 특정한 필요를 가진 사람만 이용한다. 결국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고 고객 모집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고 이 대표는 회고했다. 공과금 결제 서비스는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2:13

스마트폰 결제가 바꾼 일상

럭키는 공과금 결제가 인도에서 어떤 의미인지 덧붙였다. 10년도 안 된 과거에는 직장인이 휴가를 내고 요금을 내러 가야 했다고 한다. 아침에 줄을 서면 오후쯤에야 차례가 왔고, 돈을 받고 이 심부름을 대신해 주며 수수료를 버는 업체까지 있었다. 그래서 스마트폰 하나로 1분 만에 결제하는 세상은 완전히 새로운 신세계라고 럭키는 표현했다.

2:41

결제 대기업과 경쟁하지 않는 이유

이 대표는 QR 결제 시장에 이미 수억 명의 사용자를 가진 Paytm, Google Pay, PhonePe 같은 대형 회사들이 있다고 짚었다. 이 회사들도 결국 대출 사업에 들어오는데, 그가 보기에 실제로 돈이 되는 것은 대출이기 때문이다. 어피닛은 이런 결제 회사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없었다. 대신 자신들이 특화된 '매스니치' 세그먼트에 신용 서비스와 그들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집중하겠다는 것이 현재 방향이다.

타깃은 이 대표의 표현으로 명확하다. 인도의 신용카드 수는 1억 2천만 장이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뺀 나머지가 모두 어피닛의 타깃이라는 것이다.

5:19

은행 문턱 밖의 사람들, 그리고 '사후카르'

럭키는 인도에서 대출받기가 정말 어렵다고 거들었다. 필요한 서류가 많고, 승인을 받기 위해 은행 직원에게 돈을 건네는 부패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 달에 많이 벌어도 10만~20만 원이 안 되는 슬럼 인구에게는 계좌나 보험을 갖는 것조차 꿈 같은 이야기였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구했을까. 이 대표는 '사후카르'라고 불리는, 한국의 전당포와 비슷한 사채업자를 언급했다. 하루 1% 이자를 물거나, 집에 있는 금을 맡기거나, 연대보증을 세워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럭키는 한국에 31년 살면서 한국 사람 입에서 이 단어를 처음 들었다며 놀라워했다. 이 대표는 문제가 있는 시장일수록 그 문제를 풀고 싶은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본다. 그래서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4:06

숫자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타운홀 인터뷰

어피닛의 미션은 '모두를 위한 금융'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의식이라고 말한다. 다만 숫자를 보고 데이터 분석에 몰두하다 보면 이 사업이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고객이 어떤 사람들인지 잊기 쉽다. 그래서 이 대표는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타운홀에서 고객관리팀이 고객 인터뷰를 반드시 4~5건씩 공유하도록 만들었다. 서비스로 도움을 받은 사용자뿐 아니라 서비스에서 문제를 겪은 사용자의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최근 공유된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아버지가 크게 아파 3만 루피, 한국 돈으로 약 50만 원이 급히 필요했던 사용자였다. 이미 대출이 몇 건 있어 은행 등에서는 더 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피닛에서는 약 5분 만에 대출을 받았다. 이 대표에 따르면 어피닛은 별도 서류를 요구하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휴대폰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그 사용자는 이 돈 덕분에 아버지가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6:17

억지로 만든 '원팀'과 쏟아진 불만

조직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대표는 시행착오를 먼저 꺼냈다. 2018~2019년부터 2022~2023년까지 약 4~5년은 회사가 '원팀'을 강하게 강조하면서 한국 중심 조직에서 인도 중심 조직으로 전환하던 시기였다. 이때 의도적으로 두 나라 팀을 한 팀으로 묶어 버리자 불만이 매우 심해졌다고 한다. 진행자도 책을 읽으며 한국 팀과 인도 팀이 함께 일하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7:16

5분이면 끝날 논의를 30분 하는 경영진

현재 어피닛 경영진은 인도인 네 명, 한국인 세 명이다. 이 대표가 보기에 인도인 경영진은 토론을 아주 많이 한다. 한국인끼리라면 5분이면 끝날 이야기를 30분 동안 논의한다. 대신 그 뒤에는 완벽하게 합의한다. 이 대표는 그렇게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럭키는 인도에서는 어릴 때부터 말을 길게, 잘하는 것을 많이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말로 합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것을 인도 사람들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물론 문화 차이는 크고, 지금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이 대표는 인정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원칙은 회사가 결국 인도에서 사업하는 회사이므로 인도를 이해하고 인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직원들에게 불만도 많이 들었지만, 인도 사람들은 일을 매우 잘하며 일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8:03

친구가 먼저 되어야 하는 문화

진행자는 책에서 인도에서는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대목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다. 인도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문화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한국식으로 계속 밖에서만 대접하면, 인도 사람 입장에서는 왜 자기 집을 열지 않는지, 거리를 두려는 것인지 의아하게 느낄 수 있다. 럭키도 한국에 31년 살면서 집에 초대받은 경우는 다섯 번도 안 될 것이라며, 밖에서 대접하는 한국 문화와 각자 다른 문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8:55

무명 스타트업의 '러브 밤' 채용

이 대표는 사람을 뽑는 데 많이 투자했다. HR 매니저뿐 아니라 리크루터를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이 리크루터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곳에 좋은 인재가 있으면 벵갈루루나 하이데라바드까지 직접 찾아가 만나서 설득했다. 인터뷰를 통과하면 직원들이 '너와 정말 함께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른바 '러브 밤'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초기 어피닛이 알려진 회사가 아니어서 좋은 인재들이 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금은 프로덕트와 엔지니어링 인력의 30~40%가 IIT급 이상이다.

9:43

화려한 이력서를 읽는 법

진행자는 책에서 인도인의 '말이 길다'는 특성이 채용에도 나타난다는 대목을 짚었다. 이 대표는 엄청나게 화려한 이력서를 보고 만나 보면 실제로 한 일은 별로 없고, 회의에 참석한 것을 이력으로 적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비교적 객관적으로 쓰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인도 사람들은 조금만 관여해도 자기가 다 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럭키가 '플렉스'라고 부르는 성향이다.

럭키는 이 대표가 꽤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예를 들었다. 뭄바이에는 세계적 부호인 릴라이언스 회장의 집이 있는데, 그 동네 택시 기사들은 그 집을 지나며 마치 자기 집처럼 여기가 제일 비싼 집이라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10:35

늦은 창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진행자는 스타트업이 젊은 사람의 일로 여겨지지만 두 번째 인생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며, 늦게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청했다.

이 대표는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큰 그림에서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면 그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는 시장의 크기, 성장 속도, 성숙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시장을 봤다. 근본적인 문제, 즉 문제 정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문제를 풀었을 때 얻을 비즈니스 가치를 큰 그림에서 판단했다면 그 판단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 자신도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 믿음이 흔들리거나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둘째,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공동창업자들과 지금도 함께하고 있고, 투자자와 직원 등 좋은 파트너를 많이 만났다고 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기 메타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능하면 혼자 하지 말고 반드시 좋은 파트너와 함께하라고 강하게 권했다.

럭키는 인도 사람은 말이 길다니 짧게 하겠다며 자신이 믿는 명언을 소개했다. 'impossible'이라는 단어를 나누면 'I'm possible'이 된다는 것이다. 또 인도가 숫자 0을 만든 나라라며, 0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어디에 붙이면 힘을 열 배로 만드는 숫자라고 했다. 그래서 언제든 리셋하고 리프레시해서 도전하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찰이 회사에 들이닥친 일화처럼 방송에서 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곧 출간될 책 『매스니치 서바이벌』에 담겨 있다는 언급으로 마무리됐다. 진행자는 이 책이 회사의 성공 스토리 형식이 아니라 재미있게 쓰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