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점검에서 방산 드론까지: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가 말하는 '글로벌 1등'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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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니어스랩은 드론을 위한 피지컬 AI를 만드는 회사다. 드론과 AI로 풍력 발전기를 점검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전 세계 40개국에 자율비행 드론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방산으로 사업을 넓혀 드론 공격을 막는 요격 드론 '카이든'과 군집 공격 드론 '자이든'을 출시했고, 해외 국방부와 200억 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최재혁 대표는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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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 영상에서 거듭 강조하는 주장은 하나다. 기술 스타트업이라면 글로벌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는데,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 결국 글로벌 표준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작은 분야라도 글로벌 1등이 되어 그 분야의 표준이 되고, 그렇게 체력을 키운 뒤 다음 분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으로는 "글로벌 1등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다섯 살 때의 나사 박물관, 그리고 항공우주 분야의 벽

최 대표는 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했다. 항공우주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다섯 살 때 우연히 방문한 나사 박물관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하늘을 날고 우주로 나가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졌다. 담대한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나아가는 과정이 좋았고, 자신이 만드는 것이 다음 세대에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있었다. 항공우주 분야는 방산과 밀접해서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최 대표는 스페이스X에 간 한국인들도 로켓을 만지지 못한다는 예를 들었다. 국적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지는 분야였고, 한국에서 항공우주를 공부해 글로벌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는 이 점이 아쉬웠고,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2014년, 드론 시장에서 본 처음 열린 기회

다시 불이 붙은 것은 2014년 무렵이다. 드론이 소비자용 제품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여러 업체가 공격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었다. 최 대표는 산업용 드론 시장이 열리고 그 안에서 경쟁이 본격화되면, 국경을 넘어 우리 기술로 글로벌 경쟁을 하고 세계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열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공우주 공학도로서 이전에 보지 못한 큰 변화를 눈앞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무조건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이 창업의 큰 동인이었다.

드론은 '작아진 항공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이유

니어스랩이 다른 회사와 달랐던 점으로 최 대표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로 시작했다는 것을 꼽는다. 당시 빅테크의 접근은 이상해 보였다고 한다. 그들은 드론을 작아진 항공기로 보고, 사람을 태우거나 물건을 나르는 일을 더 작은 폼팩터로 수행하려 했다. 니어스랩은 그것이 드론의 본질이 아니라고 봤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전자 제품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가기 어려웠던 곳에 쉽고 빠르게 가서 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일들에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DJI처럼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회사들이 소비자 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있었다. 최 대표는 거기서 "초기 아이폰의 냄새"를 맡았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이런 회사와 하드웨어로 경쟁하기보다 우선 그 흐름에 올라타기로 했다. 그들의 좋은 기기 위에서 드론의 진짜 가치를 증명하고 효과를 전달할 킬러 앱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나온 첫 사업이 상용 드론 기반으로 자율비행을 구현해 풍력 발전기를 점검하는 일이었다.

왜 가장 큰 시장이 아닌 풍력이었나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서 사람 대신 일하는 로봇으로 드론을 바라보자,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전자 제품인 드론은 큰 시설물과 넓은 영역에서 더 빛을 발한다는 점이 보였다. 그 어려움을 겪는 대표 분야로 니어스랩은 시설물 진단을 골랐다. 최 대표는 시설물 진단이 현장 노동 집약적인 사업이고, 드론이나 AI 같은 신기술 접목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오래된 페인포인트를 가진 산업이니 드론과 AI로 효과를 증명하면 성장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 시설물 진단 안에서 풍력이 가장 큰 시장은 아니었다. 최 대표는 교량이나 고속도로 같은 분야가 훨씬 크고 더 공격적인 시장이라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풍력을 고른 기준은 "우리가 만든 제품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는가"였다. 한강에는 32개의 교량이 있는데 똑같은 교량이 하나도 없다. 트러스교도 있고 콘크리트교도 있으며, 생김새도 진단 항목도 제각각이다. 반면 풍력 발전 단지에는 똑같이 생긴 발전기가 수백 개씩 설치되어 있다. 하나가 잘되면 일관된 성능으로 스케일업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전 세계에 균일하게 통하는 새로운 진단 방법으로 드론과 AI를 제시하기에 더 적합했다. 가장 큰 시장은 아니지만 가장 빠르게 효과를 증명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이었다.

보수적인 산업의 '외딴 섬'에서 컨퍼런스로 돌파하다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풍력은 지역성이 강하고 보수적인 산업이어서, 그 안에 한국 스타트업이 있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고 한다. 박람회에 나가도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외딴 섬처럼 혼자 아등바등하던 시간이 있었다.

이때 집중한 것이 기술 컨퍼런스다. 컨퍼런스에는 세부 분야별로 각 회사에서 가장 전문성이 높거나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 진단 컨퍼런스에는 늘 드론 세션이 있었고, 최 대표는 이 사람들이 드론 진단의 미래를 강하게 확신하면서도 적절한 기술과 제품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니어스랩은 이런 컨퍼런스에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참석하며 현장에서 검증한 내용과 교훈을 계속 공유했다. 그러자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최 대표가 이 방식이 중요했다고 보는 이유는 이렇다. 컨퍼런스에 온 사람들은 회사로 돌아가면 그 진단 분야에서 가장 신뢰받는 레퍼런스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회사가 드론이나 AI 진단을 새로 검토할 때 니어스랩 이야기를 넣어줄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작은 기회들이 하나씩 쌓였다.

지멘스라는 '히어로 고객'

대표적인 사례가 지멘스다. 최 대표에 따르면 풍력 발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제조하는 곳이 지멘스 에너지다. 지멘스가 풍력 발전기 드론 진단을 검토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업체들을 모두 불러 직접 테스트를 했는데, 내부 엔지니어의 추천으로 니어스랩도 초대받아 경쟁에 합류했다. 그 전체 과정에서 니어스랩이 1등을 해 수주했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지멘스의 요구 조건 중 하나는 자율비행이었다. 외부 업체가 와서 비행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 직원들이 직접 쓸 수 있는 드론과 AI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당시 이것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니어스랩밖에 없었고, 지금도 거의 유일하게 그런 비즈니스 모델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멘스 수주는 니어스랩의 큰 전환점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런 고객을 '히어로 고객'이라고 부른다.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어, 그 회사의 선택이 산업 표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객이다. 최 대표는 새로운 기술을 산업 표준으로 만드는 과정은 스타트업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히어로 고객이 산업 안에서 가진 입지를 기반으로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100% 무조건 되는 기술은 없다"고 말한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술 적용을 시스템화하고 프로세스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멘스는 이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멘스가 쓰니 업계의 많은 업체가 이 기술을 더 쉽고 빠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그 결과 매년 두 배씩 성장했고, 내년에는 풍력 사업부 매출만으로 1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계와 하드웨어 직접 설계

어느 순간부터 니어스랩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 다른 회사 기기 위에 소프트웨어를 올리다 보니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을 다 활용하지 못했고, 특정 하드웨어에 맞추는 일이 늘어났다. 결국 목적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하고 유기적으로 운영되게 만들어야만 다음 단계로 가서 진짜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요격 드론으로의 방산 진입

방산 드론은 니어스랩에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최 대표는 2022년 무렵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모두가 드론이 전쟁 양상을 바꾸는 것을 보고 있었다고 말한다. 드론이 게임 체인저가 되었고 전쟁이 드론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적의 공격 드론을 더 낮은 비용으로 막는 요격 드론은 반드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다양한 환경에서 쌓은 비행 데이터가 강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요격 드론이라는 아이템으로 방산 시장에 진입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해외 진출이 아니라 조직의 전환

최 대표는 솔직히 풍력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정말 힘들었던 것은 방산으로 피벗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조직이 바뀌는 부분이 어려웠다. 풍력과 방산이라는 이질적인 목표가 한 조직 안에 공존해야 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제품과 비전을 보고 합류한 사람들에게, 무기를 만드는 방산으로의 확장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구성원을 설득하고 공감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그는 인정한다.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많았고, 끝내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성과를 하나씩 만들고 증명해 나가면서 내부 확신이 점점 높아졌고, 스스로 쌓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더 강한 확신을 갖게 되어 더 빠른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방산에서도 다시 '히어로 고객' 전략

풍력에서처럼 방산에서도 글로벌 1등을 할 수 있는 섹터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방산은 결국 그 나라 국방부를 설득해야 하는 분야라 스타트업에게는 난이도가 높다. 니어스랩은 여기에 다시 히어로 고객 개념을 가져왔다. 방공 분야를 가장 선도하는 현지 방산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과 함께 국방부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상 국가도 같은 논리로 골랐다. 강한 국방력을 갖고 국방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여야 표준화에 빠르게 가까워진다고 판단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 유럽에서는 폴란드 같은 나라를 목표로 집중적으로 기회를 찾았다.

최 대표에 따르면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카이든을 출시한 첫해에 해외 방산 수출을 했고, 두 번째 해에는 국방부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중동에서 (자막상 '3만 불 단위'로 언급된) 계약도 수주했다. 그는 밖에서 보면 방산으로 피벗해 2~3년 만에 빠르게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10년에 걸친 결과물로 본다고 말한다. 좁아 보이는 분야라도 글로벌 1등과 시장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성장이, 다른 산업에 진입할 때 초격차를 갖고 시작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기술은 카피된다": 대체되지 않는 해자

최 대표는 기술 스타트업 대표로서 하기 좀 그런 말이라면서도, 기술은 카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경쟁자가 따라올 수 있기 때문에 대체될 수 없는 해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가 꼽는 첫 번째 해자는 꾸준히 싸워온 경험과 고객 신뢰 관계다. 히어로 고객인 지멘스와 6년 동안 매년 계약 규모를 키우며 강력한 파트너십을 만들어온 과정, 그 결과 풍력 산업에서 40개 이상 나라에서 자율비행이 매일 쓰이고 있는 트랙 레코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환경의 비행 데이터가 자산이라고 말한다. 방산에서는 여러 나라 국방부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납품한 실적이 회사의 실력과 신뢰성을 보여주는 기반이 된다고 본다.

두 번째는 창업 초기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글로벌 1등 지향이다. 최 대표는 이것을 회사의 DNA라고 부른다. 글로벌 1등과 시장 표준을 목표로 했을 때 국내 시장도 따라왔고, 훨씬 큰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것들은 카피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일관성에 대해 최 대표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공동창업자 두 명만 있던 시절의 회의록을 최근 열어봤는데, 그때 그렸던 큰 방향과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모습이나 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라는 큰 방향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강의로 폴 그레이엄의 "Do Things That Don't Scale"을 언급하며, 한 시장에서 독점하고 표준을 만든 경험이 더 큰 시장에서 그것을 더 빠르게 반복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피지컬 AI라는 이름, 그리고 오버엔지니어링에 대한 반성

창업 당시에는 '피지컬 AI'라는 단어가 없었다. 최 대표는 10년 정도 이 일을 하고 나니 젠슨 황이 니어스랩이 하는 일에 피지컬 AI라는 정의를 내려준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엔비디아의 한국 헌정 영상에 드론 분야 대표 기업으로 등장한 것도 감회가 새로웠다고 한다.

대기업이 못 하고 스타트업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그는 속도와 유연함으로 꼽는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최고의 기술이 아닌데도, 무의식적으로 최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10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오버엔지니어링이었다고 돌아본다. 과하게 만들지 않고 적절한 기술로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은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한국 기술 스타트업의 증명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한국에 좋은 스타트업과 유니콘은 많지만, 특정 기술 분야를 선도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키운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피지컬 AI 시대에 한국은 AI와 하드웨어 제조라는 두 가지 강점을 함께 가진 나라이므로, 지금 속도를 낸다면 더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1등을 차지하고 선도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니어스랩은 그 증명이 되고 싶고, 방산 분야에서 기술 스타트업이 만들 수 있는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은 카이든과 자이든이라는 개별 섹터로 보이지만, 이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혁신을 순차적으로 내놓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잡은 기회를 잘 구현해 지금까지처럼 달러를 많이 벌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회사로서 좋은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