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스타트업의 '첫 번째 고객'이 되는 이유: 강성민 조달청 차장과의 대화

YouTube에서 열기 ↗
개요

스타트업이 사업을 키우려면 투자도 중요하지만 결국 고객이 있어야 한다. EO 채널 진행자는 최근 가장 중요한 고객 집단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는 시장으로 정부·공공기관의 공공조달시장을 꼽고, 이것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한다. 이 대담에서 조달청 강성민 차장은 공공조달이 레퍼런스가 없는 신생 기업에 '첫 번째 레퍼런스'를 만들어 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수단으로 혁신조달 제도의 구조와 실제 사례, 진입 방법을 소개한다.

6 분 분량

진행자는 EO 채널에서 조회수 1위인 영상도 공공조달과 관련이 있다고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한 대학생이 독특한 방식으로 제설제를 만들어 정부에 납품했고, 이후 전 세계에 제설제를 공급하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진행자는 이 정부 납품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는 시발점이었다고 평가한다.

조달청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강 차장은 조달청을 정부가 필요로 하는 물품, 서비스, 시설물을 조달하는 중앙 행정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가 제시한 규모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기준 공공조달 전체 규모는 약 240조 원이고, 그중 약 145조 원이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시스템에서 거래된다. 참여 기업은 약 60만 개, 수요 기관은 7만여 개다. 강 차장은 이런 큰 정부 구매력을 활용해 창업 초기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공공조달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묻자, 그는 도로의 아스팔트 콘크리트, 신호등, 종량제 봉투 등이 모두 조달청을 통해 조달된다고 답한다. 최근 중동 전쟁 상황에서 요소수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있었을 때도 조달청이 비축하던 요소를 방출했고, 요소수 일부가 조달청을 통해 공급됐다고 한다. 공공조달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적이 없으면 납품할 수 없다"는 딜레마와 혁신조달

진행자는 기업이 겪는 문제를 "신입을 뽑지 않으면 경력을 어떻게 쌓느냐"는 상황에 빗댄다. 납품 실적이 있어야 납품할 수 있는 구조에서 공공조달이 마중물이 되어 기업에 실적과 매출을 만들어 주고, 동시에 사회 문제도 해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묻는다.

강 차장은 이 설명에 동의한다. 새로운 제품은 민간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쌓기가 매우 어렵다. 반대로 정부에는 새로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가 많다. 정부는 혁신 기술로 사회 문제를 풀고, 기업은 정부를 통해 레퍼런스를 쌓아 판로를 넓힌다. 이 두 필요를 연결하려고 6~7년 전에 만든 것이 '혁신조달' 제도다. 강 차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혁신조달의 판매 실적은 1조 1천억 원 안팎이다.

그가 대표 성공 사례로 든 것은 바닥형 보행 신호등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사고가 날 위험을 줄이려는 제품으로, 5년 전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강 차장은 이후 횡단보도 사고율이 약 40% 감소했다고 말한다. 혁신제품은 아니지만 비슷한 확산 사례로 횡단보도 앞 그늘막도 언급한다. 10년쯤 전에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금은 웬만한 횡단보도마다 하나씩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날씨가 워낙 더워서 야외에서 미세 안개를 분사해 열기를 식히는 제품이 혁신제품 가운데 의외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한다.

나라장터, 혁신장터, 벤처나라는 어떻게 다른가

진행자는 나라장터, 혁신장터, 벤처나라라는 세 플랫폼이 어떻게 다른지 묻는다. 강 차장은 큰 틀이 나라장터이고, 그 안에 쇼핑몰, 벤처나라, 혁신장터가 있다고 설명한다. 구분 기준은 다음과 같다.

  • 혁신장터: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제품이라면 혁신제품을 생각하면 된다.
  • 벤처나라: 기존에 있던 종류의 제품이지만 아직 요건을 다 갖추지 못했고 쇼핑몰에도 올라가 있지 않다면 벤처나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 판단이 어려울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조달청 콜센터에 연락하면 취급 제품에 맞춰 적절한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혁신제품에서 해외 진출로 이어진 세 가지 사례

강 차장은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뒤 성장한 기업의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보행 재활 로봇이다. 사용자가 어디로 가려는지 의도를 읽어 그에 맞춰 로봇이 움직이며 보행 능력을 길러 주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고 한다.

둘째는 포터블 엑스레이다. 고정형이 아니라 이동형 차량에 싣거나 우주 같은 공간에서 쓸 수 있는 소형 장비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뒤 인도네시아에서 실증을 거쳐 성공 판정을 받았다. 강 차장은 올해 하반기에 NASA 연구소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아직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전망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셋째는 AI 기반 수중 정화 로봇이다. 바다나 하천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오염 물질을 수거하는 제품으로,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 수출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시범구매와 해외 실증 지원의 구조

진행자는 다른 나라 정부까지 구매하는 일이 흔한지 묻는다. 강 차장은 제도의 흐름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먼저 '시범구매'를 한 차례 진행한다. 조달청이 제품을 사서 필요한 기관에 제공하고, 기관이 현장에서 실제로 써 본 뒤 품질과 현장 적용성을 확인해 성공 여부를 판정한다.

그는 지원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해외는 언어, 법적 요건, 환경이 모두 달라서 기업 혼자 진출하기 어렵다. 조달청은 예산 범위 안에서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해외 레퍼런스도 쌓이게 된다. 강 차장은 기후처럼 한국이 겪는 사회 문제를 다른 나라도 겪는 경우가 많아서 국내에서 검증된 해법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조달청은 800억 원가량을 쓰고 있으며, 그중 약 200억 원을 해외 실증에 쓴다.

해외 실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실증해 보고 싶다"고 신청하고 현지 기관을 찾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조달청과 협약을 맺은 기관의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발전 공기업, 수자원공사, KOICA 같은 기관이 혁신제품 목록을 보고 특정 제품을 써 보고 싶다고 추천하면 실증으로 이어진다. 진행자는 이를 기업이 몰랐던 기회와 정보를 연결받으면서 사업이 함께 커지는 구조라고 정리한다.

작은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되는 모습을 많이 봤느냐는 질문에 강 차장은 제도가 시행된 지 약 7년 된 지금이 막 정착해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답한다.

해외에서도 정부 협업이 성장의 발판이 된 사례

진행자는 혁신조달이 왜 중요한지 보여 주려고 해외 사례 두 가지를 덧붙인다. 하나는 구글 어스다. 진행자는 이 서비스가 정부와 함께 연구해 만들어졌고 세계적인 제품이 됐다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최근 메타에 합류한 알렉산더 왕이다. 진행자에 따르면 그는 20대에 스케일 AI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미국 국방부와 일하며 크게 성장해 세계적인 AI 기업이 됐으며, 30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메타에 매각됐다. 진행자는 이 사례들을 근거로 국가의 혁신조달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은 강 차장의 발언이 아니라 진행자가 덧붙인 설명이다.

"어렵다, 연줄이 필요하다"는 오해에 대해

진행자는 공공조달이 매우 어렵거나 연줄이 있어야 한다는 오해가 많다고 지적하며 준비 방법을 묻는다. 강 차장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부터 설명한다. 혁신제품은 공공에서 쓰일 물건이라 혁신성과 공공성을 갖췄는지, 물품별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조달청이 모두 확인해야 한다.

그는 도움받을 수 있는 경로도 안내한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혁신장터에 기본 매뉴얼이 정리돼 있다. 지방조달청이나, 혁신조달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혁신제품 지원센터'를 통해 전화나 대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진행자는 처음 진입하는 과정이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지자체나 한국 같은 선진국 정부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서 트랙 레코드가 되기 때문에 전국과 세계로 뻗어 나가는 디딤돌이 된다고 정리한다. 강 차장도 이것이 '첫 번째 레퍼런스'라는 점에 동의하며, 실제 현장에서 "이거 좋네"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든 예는 화장실 불법촬영 감지 기술이다. 화장실에는 CCTV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제품은 센서로 사람의 동작을 인식한다. 불법촬영을 할 때 취하는 특정 자세가 감지되면 관리자에게 불법촬영이 의심된다는 알림과 이미지를 보내 사람이 직접 가 보게 한다. 강 차장은 이 제품이 여러 곳에 설치돼 몇 건의 큰 피해를 막거나 범죄를 예방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곳에서 효과가 확인되면 다른 곳에서도 도입이 이어지며 레퍼런스가 계속 쌓인다는 것이다.

첫 번째 레퍼런스를 만드는 방법과 기관의 망설임 해소

첫 레퍼런스를 어떻게 쌓느냐는 질문에 강 차장은 혁신제품의 경우 기업이 원하는 수요처를 직접 제안할 수 있다고 답한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은 지자체에서, 저 제품은 해양 연구소에서 써 봤으면 좋겠다"고 하면, 조달청이 해당 기관에 비용은 조달청이 부담하겠으니 써 보고 괜찮은지,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한다. 여기서 성공 판정이 나오면 레퍼런스가 생긴다.

그래도 기관은 레퍼런스가 전혀 없는 제품과 계약하는 것을 망설인다. 한 번 써 본 것만으로는 믿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조달청은 해당 제품이 수의계약 대상이 될 수 있고, 정상적인 절차로 구매했다면 구매 면책이 적용된다는 내용을 공문으로 기관에 안내하는 제도도 운영한다고 강 차장은 설명한다.

사업 아이디어는 정부의 업무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진행자는 사업가라면 뉴스를 보다가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직접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해 보는 자세가 예상치 못한 기회로 이어질 수 있겠다고 말한다. 강 차장은 구체적인 방법을 덧붙인다. 정부 사이트에는 각 기관의 연초 업무계획이 모두 올라와 있고, 거기에는 기관이 직면한 사회 문제와 해결 방향이 적혀 있다. 특히 해결책에 앞서 어떤 사회 문제가 있는지를 서술한 부분에 주목하라고 한다. 거기서 자신이 가진 기술이나 유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면 그 자체가 사업 계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제품이 좋은데 왜 안 쓰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

강 차장은 "내 제품이 좋은데 왜 공공기관이 안 쓰느냐"고 묻는 기업을 가끔 본다고 말한다. 그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고도의 기술이 꼭 필요한지 따져 봐야 한다. 보편화된 기술로 더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술 수준보다 수요, 즉 어느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안전과 품질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관에서 사용하다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조치가 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 혁신조달 과정에서 이런 부분까지 검증하므로 기업이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혁신조달은 혁신 산업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지만, 결국 사용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보다 왜 필요한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관계를 만드는 데 훨씬 유리하다.

국내 공공시장을 테스트베드로 먼저 쓰라는 조언

진행자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사업하는 입장에서 느낀 점을 덧붙인다. 해외에 나가 보니 국내 공공조달시장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가급적 자국 기업 제품을 먼저 사 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공공 수요가 있을 법한 솔루션을 만들고도 국내 시장을 건너뛰어 바로 해외 공공시장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먼저 실적을 쌓고, 이를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순서를 고민해 보라고 권한다.

조달청이 스스로 밝힌 역할

마지막으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강 차장은 창업자들이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조달청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한다. 좋은 기술을 개발했다면 조달청을 통해 혁신제품으로 지정받고, 이후 우수조달물품으로 올라가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조달청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 성장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도 밝힌다.

진행자가 기업을 직접 방문하며 발로 뛰는 것 같다고 하자, 강 차장은 서류로만 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현장에 나가 직접 이야기해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답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려 한다고 말한다. 진행자는 조달청 홈페이지와 대담에서 언급한 여러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꼼꼼히 얻어 사업 기회를 만들어 가기를 권하며 대담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