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500원 시대에 샌프란시스코로 간 98년생 창업가: 핀타 AI의 미국 시장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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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AI 보안 스타트업 핀타 AI(Pinta AI)의 김도현 대표는 1998년생입니다. 그는 팀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거점을 옮겨, 2주 동안 미국에서 "의미 있는 고객 한 명"을 만드는 데 도전했습니다. 영상은 이 기간의 생활과 피칭, 팀 합류 과정을 따라갑니다. 중심에 놓인 질문은 이렇습니다. 헤리티지도 네트워크도 없는 한국 팀이 왜 굳이 미국에서 부딪히려 하는가. 김 대표의 답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미국에서는 "상방이 정말 무한히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6 분 분량

놓쳐 온 기회들, 그리고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

김 대표는 스스로를 기회를 많이 놓쳐 온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2014년부터 비트코인을 접했고, 이더리움 ICO를 하던 사람들 곁에도 있었습니다. 기회는 늘 눈앞에 있었지만 제대로 잡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봅니다.

그가 특히 부러워한 회사는 클라우드 보안 기업 위즈(Wiz)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위즈는 1억 달러 ARR에 도달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문제를 이미 1년 6개월 전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슝 가버린" 회사가 부러웠고, 왜 자신은 그걸 못 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그는 봅니다. 경쟁사들과 같은 것을 보고 있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좋은 팀도 있고,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는 또 놓치기 싫다"고 말합니다. AI 보안에서 진짜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핀타 AI가 하는 일과 미국을 택한 이유

핀타 AI는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어떤 보안 문제가 생겼는지 식별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위험한 행동으로 번지기 전에 직접 차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미국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경쟁사의 고객 구성을 살펴본 데서 나왔습니다. 경쟁사 고객 중 가장 많은 것은 은행과 증권사 같은 금융 섹터였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에 은행이 20개라면 미국에는 4만 개가 있다고 비교합니다. 앞으로 그 수만 개 은행이 AI를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의 해석으로는 지금은 AI 보안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극소수, 이른바 "0.01%의 시장"이 막 열린 시점입니다. 여기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메인 플레이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계속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큰 부담은 렌트비, 그리고 아산 보이저 프로그램

미국 체류에서 가장 부담되는 비용을 묻자 김 대표는 망설임 없이 렌트비를 꼽습니다. 식비는 직접 해 먹으면 꽤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비는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이어도 1박에 거의 100달러가 들고, 한 달이면 약 450만 원이 된다고 합니다. 세 명이 머물 방을 빌리면 월 600만~700만 원 정도가 든다는 것이 팀의 계산입니다.

이번 방문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보이저 프로그램입니다. 미국을 대상으로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체류비와 한국 왕복 항공권을 최대 2천만 원 한도로 지원합니다. 김 대표는 이 지원 덕분에 고객 미팅이 잡혔을 때 "비행기 때문에 못 간다"는 핑계 대신 "갈 수 있다, 가겠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점을 묻는 질문에도 웃으며 "체류비"라고 답합니다.

팀은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공간 마루SF(Maru SF)에 머물고 있습니다. 팀끼리, 또 다른 팀들과 자주 요리를 해 먹고, 저녁에는 한 방에 모여 노하우를 나눕니다. 김 대표는 다른 팀들이 자신들이 지금 겪는 단계를 이미 훨씬 지나온 사람들이라는 점을 반깁니다. 핀타 AI 같은 0→1 단계 팀이 그 시기를 어떻게 넘겼는지 배울 것이 많아 기대된다고 말합니다.

콜드 이메일과 문 두드리기: 2주 목표는 "돈 내는 고객 한 명"

현재 고객을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한 답은 단순합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콜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미국에 와서는 아예 무작정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잘 되지 않았다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아산 보이저 2주 동안의 목표는 미국에서 의미 있는 고객을 한 명이라도 만들고 돌아가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솔직히 쉽지만은 않다"고 말하면서도, 하려고 온 것이니 해내고 가겠다고 덧붙입니다. 고객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집에 못 간다는 농담 섞인 각오도 나옵니다.

피칭이 유일한 통로인 이유: 플러그앤플레이 서밋

김 대표는 피칭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팀은 미국에서 헤리티지도 없고, 기업 의사결정권자를 바로 만날 네트워크도 없습니다. 그래서 피칭이 의사결정권자에게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거 아니면 우리 바이어들을 못 만난다"고 말합니다.

전주에는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의 실리콘밸리 서밋에서 피칭을 했습니다. 김 대표는 구글도 초반에 플러그앤플레이의 액셀러레이팅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긴장하지 않다가, 앞선 두 팀이 너무 잘해서 긴장하게 됐다고 합니다. 한 발표자가 공동창업자를 "보디가드"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웃습니다.

발표를 마친 뒤 김 대표는 늘 하던 고민을 다시 꺼냅니다. 그는 제품에 정말 자신이 있어서 기능 하나하나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의 청중은 보안 담당자가 아니었고, 실제로 제품을 쓸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드는 발표를 했어야 했다는 반성입니다. B2B, 특히 핀타 AI가 푸는 문제에서는 상대가 "그 문제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너희가 풀 수 있어?"라고 묻는 것이 핵심 챌린지라고 그는 봅니다. 이날은 펀드레이징보다 고객사 확보가 주목적이어서 일부러 "재미없는 노선"을 택한 면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과는 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말을 맺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미국에서의 트랙 레코드

무엇이 가장 어렵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미국에서 충분한 트랙 레코드가 없다는 점을 꼽습니다. 미국에서 큰 규모의 엑시트를 해 본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보안 책임자로 일해 본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네가 정말 이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사람이 맞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가 택한 방법은 한국에서 쌓은 여러 트랙션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고객 로고를 확보하듯 그 트랙션을 제시하고, 그것이 미국에서도 똑같이 통할 것이라는 가설을 논리로 뒷받침해 설득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그는 이것이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렵다고 털어놓습니다. 팀원과 나눈 대화에서는 "어려운 건 우리가 못 하고 있어서 어려운 것이고, 쉽게 하는 곳은 쉽게 할 것"이라는 말도 오갑니다.

피칭 피드백: 기능보다 가치, 자화자찬보다 증거

영상에는 피칭 구성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장면도 나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앞부분에 후킹을 넣고, 이어서 팀 소개, 그다음 제품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조언의 요지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가 최고의 팀"이라는 말은 스스로 하지 말고 청중이 판단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DEF CON 우승 같은 사실을 가치로 바로 보여주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피칭에 넣을 것은 기능이 아니라 가치입니다. 셋째, 기능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면 사례로 풀어야 합니다. 예컨대 "LG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해결했다"는 식입니다.

또 하나의 조언은 피칭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과 내가 가져가고 싶은 것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조언자는 한국 사람들이 이 부분을 뭉뚱그려 끝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연결해 달라"처럼 요청을 직접 말하는 것이 미국 시장에서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고, 김 대표도 이에 동의합니다.

"미국 사업하는데 미국인이 없어?"라는 질문과 강준석의 합류

팀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핀타 AI가 외부에 팀을 소개할 때마다 "미국에서 사업하려는데 미국인이 없는 게 말이 되냐"는 챌린지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공동창업자급 인재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투자사가 한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코넬대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2005년생 강준석입니다. 두 사람은 구글 미트로 처음 만났고, 말이 잘 통하고 에너지도 좋았습니다. 바로 다음 주에 마루SF에서 대면으로 만났습니다.

강준석은 합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금 GTM(Go-To-Market) 쪽 일을 해 보려 하는데, 이야기할 때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느낍니다.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은 현장에서 뛰는 것이니, 주변에서 아는 가장 전문가인 사람들 옆에서 해 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이런 이력의 사람이 "현장직"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말합니다. 구조적 사고와 논리가 뛰어난 사람이 현장 경험까지 갖추면 어떻게 되는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입니다. 팀원들이 "OpenTelemetry" 같은 단어의 발음을 두고 서로 장난치는 장면에서는 팀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6억 원 규모 지원사업 피칭

영상 후반부에서 팀은 또 다른 피칭에 나섭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인재들에게 한국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주는 지원사업입니다. 총 6억 원 규모였고, 지원 금액이 클 뿐 아니라 큰 회사들 앞에서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라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였다고 김 대표는 말합니다.

그가 준비한 인트로 문장은 이렇습니다. "저희는 제품 잘 만드는 사람 중에 해킹을 제일 잘하고, 해킹 잘하는 사람 중에 제품을 제일 잘 만듭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어떤 트랙션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비한 답도 미리 정리합니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사실대로 말하겠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가 준비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두 팀을 뽑는 피칭에 선정됐고, 고객 미팅을 40개 이상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SI 대기업, 미국의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인도 쪽 기업과 협업 사례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감 없어 보이는 것이 최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발표 기회 자체가 팀 덕분이라고 강조합니다. 팀이 없었다면 이런 사업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회사에 꼭 필요하지만 즐거운 일은 아닌데, 팀원들이 그것을 해냈습니다. 김 대표는 말하다 울컥할 정도로 고맙다며,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발표 직후 강준석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못했으면 못했다고 말했을 텐데, 예상보다 더 잘했고 김 대표가 사실상 발표를 이끌었으니 후회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믿는 바를 다 이야기하고 나왔다고 답하며, 평소 입버릇을 꺼냅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일이 없겠네. 후회를 해서 후회를 안 할 수 있으면 후회할 일이 없겠네." 영상에서 이 피칭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달을 향해 쏴라": 4등을 해도 한국 최초가 되는 시장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로켓 발사 때 나왔던 말이라며, 달을 향해 쏘면 빗나가도 최소한 별은 된다는 뜻이 멋있다고 합니다.

그는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자꾸 마주치다 보면 생각이 더 대담해진다고 말합니다. 자본 조달이 쉬운 만큼 꿀 수 있는 꿈도 커지고, 이곳이 메인스트림인 만큼 더 좋은 인재와 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것이 여기서 계속 버티는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영상 초반에 등장한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언급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이 실패에 관대하다기보다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펀드 구조와 자본 시장 구조를 갖췄고, 그래서 "미국은 다 돼 있으니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계산은 이렇습니다. 이기면 유니콘이 됩니다. 4등을 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가지고 있다면 5천억~6천억 원짜리 회사가 됩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보안 제품이 그런 가치를 인정받은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 지점에 가면 또 더 큰 꿈이 생기겠지만, 그것만 해내도 작은 꿈은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