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산층 10억 명의 금융 접근성에 건 8년: 어피닛 이철원 대표의 피봇과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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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어피닛(Afinit)의 이철원 대표는 인도에서 약 10억 명의 중산층이 겪는 금융 접근성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밝힌 회사 규모는 한국 직원 40여 명, 인도 직원 400여 명이다. 지난 5년 동안 20배 이상 성장했고, 작년 기준 매출은 약 1,500억 원, 이익은 약 400억 원이며, 매년 5010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7 분 분량

이 영상에서 그는 피처폰 부가서비스 사업을 하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경험, 인도의 선불제 충전 시장을 발판으로 삼은 이유, 적은 비용의 레퍼럴 마케팅, 스마트폰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팬데믹 때 폐업 직전까지 간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가졌던 믿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첫 창업: 통신사를 상대로 한 부가서비스 사업

이 대표의 첫 창업은 2006년에 세운 엑세스 모바일이다(자막에는 '넥스 모바일'로도 나온다). 그 전에 그는 SK 와이더댄에서 아시아태평양 사업 팀장을 맡아 컬러링 같은 부가서비스를 해외 통신사에 판매했다. 이 일을 하며 여러 통신사와 네트워크를 쌓았고, 이를 활용하면 직접 창업해도 되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일하던 동료 몇 명과 회사를 차렸다.

엑세스 모바일이 통신사에 제공한 것은 피처폰 시절 '부가서비스'라 불리던 링톤, 월페이퍼 같은 서비스였다. 가장 크게 성공한 것은 컬러링이었다. 그는 이런 서비스가 통신사에게는 의미 있는 수익원이 되고, 부가서비스를 만드는 작은 회사들에게도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폰이라는 큰 흐름을 놓치다

그러다 아이폰이 나오고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이 대표는 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통신사 대상 부가서비스가 그래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영역에서 2~3년을 더 버텼다. 그러는 사이 구글과 애플이 통신사를 대체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 흐름은 분명해졌다. 기존 사업으로는 안 될 것 같고 스마트폰 기반의 새 서비스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 무렵 SK 와이더댄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가 결정적인 말을 해 줬다. 인도 1위 통신사 에어텔(Airtel)에서 VP로 일하던 모이시(자막 표기)라는 친구였다. 이 대표는 그 말을 "뒤통수를 때리는 얘기"였다고 기억한다. 친구는 "찰리, 너는 세일즈를 정말 잘하는 똑똑한 친구"라고 하면서도 영어로 "We don't need any more"라고 말했다. 지금 시대에는 너 같은 사람이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친구의 설명은 이랬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대중을 직접 상대하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열렸고, 훨씬 저렴한 디지털 마케팅도 생겼다. 그런데 아직도 통신사를 설득하는 B2B 모델을 붙잡고 있느냐,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뒤 이 대표는 앱 기반 B2C 사업을 새로 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엑세스 모바일 안에 여러 TF를 만들었고, 그중 하나가 지금의 어피닛이다.

인도라는 독특한 시장: 선불제 충전이라는 길목

오랜 기간 사용자 리서치와 시장 리서치를 하며 이 대표가 발견한 인도 시장의 특징이 있다. 인도의 주요 핀테크나 결제 서비스 상당수가 선불 요금제 충전 서비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단일 서비스로 가장 큰 디지털 결제는 인도의 선불 충전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숫자는 다음과 같다. 인도 인구 14억 명 중 약 12억 명이 휴대전화를 쓰고, 그중 10억~11억 명이 선불제 사용자다. 통화 100분, 데이터 1GB처럼 먼저 돈을 내고 쓰는 방식이다. 3일짜리, 7일짜리 상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충전이 잦았고, 당시 사용자들은 한 달에 7~8번 '리차지'를 했다. 선불 사용자 10억 명이 한 달에 7~8번 충전하면 월 70억~80억 건의 결제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트래픽과 사용자가 모이면 다른 결제 서비스로 넓히고, 결제를 발판으로 다른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는 흐름이 인도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그는 본다. 어피닛이 노린 곳은 충전보다 한 단계 앞, 즉 선불 사용자의 잔액 확인이었다. 남은 잔액을 편하게 확인하게 해 주면 충전도 자연스럽게 앱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는 결제, 대출, 보험, 투자로 금융 서비스를 넓혀 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시장을 고르는 세 가지 기준

이 대표는 시장과 아이템을 고를 때 세 가지만 본다고 말한다.

첫째는 시장의 크기다. 그는 "동네에서 치킨집을 하나 100조짜리 회사를 만드나 개인이 투자하는 노력은 똑같다"고 생각하며, 결과를 가르는 것은 결국 시장의 크기라고 본다. 둘째는 시장의 성장 속도다. 셋째는 시장의 성숙도로, 적절한 시점의 시장인지 너무 이른 시장인지를 따진다. 이 세 기준으로 보면 인도를 고르는 것은 그에게 매우 쉬운 선택이었다.

그가 든 근거는 금융 소외의 규모다. 인도 인구 약 14억 6천만 명 중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은 1억 명이다. 신용점수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인구는 1억 5천만~2억 명 정도로 본다. 인구 대다수가 기존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당포나 고리대금업자에게 집에 있는 금을 맡기거나 연대보증을 서서 매우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 왔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스마트폰에서 얻는 풍부한 데이터와 AI 기술로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들면, 스마트폰에서 3~5분 만에 대출을 받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금융 분야에서 이런 가능성이 인도에서 특히 클 것이라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160원으로 고객 한 명을 얻는 레퍼럴 마케팅

어피닛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사용자 1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고, 200만 명까지는 15~20일 정도 걸렸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고객이 새 고객을 데려오고 보상을 받는 레퍼럴, 즉 네트워크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도 레퍼럴 마케팅이 새로운 방식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다만 인도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추천 보상은 10루피, 한국 돈으로 약 160원이었고, 충전에 쓸 수 있게 했다. 이 정도만 줘도 사용자들이 앱을 주변에 열심히 소개했다고 한다.

그가 이 방식이 특히 잘 맞는다고 본 이유는 사용자층 때문이다. 어피닛의 타깃에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사용자가 많다. 앱을 어떻게 설치하고 로그인하고, 서비스를 어떻게 쓰고 충전하는지를 친구가 직접 알려 주는 과정이 꼭 필요했다. 지인의 소개가 설치와 사용까지 이어지는 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또 하나의 특징은 추천 보상에 상한선(캡)을 한 번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회사가 상한을 두지만, 어피닛은 오히려 "수천만 원이라도 벌어 가라"는 태도였다. 대규모로 퍼뜨리는 사람이 나와야 바이럴이 일어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앱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이 대표의 비교에 따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로는 고객 한 명에 300루피 이상이 들었을 것이다. 반면 어피닛은 추천한 사람에게 10루피, 가입한 사람에게 10루피, 합쳐 20루피 정도로 고객 한 명을 얻었다. 마케팅 비용이 거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적중해 사용자 3천만~4천만 명까지 매우 짧은 기간에 도달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데이터로 신용을 평가하는 법

사용자 기반이 쌓이자 어피닛은 데이터를 모아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그 데이터를 더 잘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어떤 데이터가 신용 판단에 쓸모 있을지 자신들도 잘 몰랐다고 말한다. 6년 넘게 사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유효성이 확인된 데이터들이 생겼고, 그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첫 번째는 위치 정보다. 사는 곳이 부유한 지역인지 아닌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인도는 아직도 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이 50~60%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기적인 직업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어피닛은 주중 아침저녁에 규칙적으로 같은 곳을 오가는지, 혹은 일주일 내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지 같은 위치 패턴으로 그 사람이 직업을 가진 월급쟁이인지를 판단한다.

두 번째는 휴대전화 모델 정보다. 많은 사람이 갤럭시 S 시리즈 같은 고가폰을 쓰면 돈이 많으니 신용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사양은 최고 수준인데 가격이 합리적인 '가성비 폰'으로 알려진 모델 가운데 신용점수가 좋은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점을 "되게 재밌는" 발견으로 꼽았다.

세 번째는 통화 패턴이다. 특정 번호와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무작위로 여러 번호에 전화하는 사람보다 신용점수가 높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한다. 그는 이를 애착이 있고 삶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 거래와 관련된 텍스트 정보라고 그는 말한다. 문자 메시지나 앱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잘 처리하면, 휴대전화에서 얻는 데이터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용을 평가할 근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실력을 최종적으로 보여 주는 지표가 연체율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연체율이 11%, 많게는 12%까지 올랐다. 이후 모델을 여러 번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한 결과, 지금은 4%대의 최종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연체율을 더 낮추기보다 성장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팬데믹: 회사를 어떻게 닫을지 고민하던 시기

이 대표에 따르면 어피닛은 2019년에 결제에 이어 대출까지 시작했고, 2020년 초에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3월을 지나며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고, 2020년과 2021년 두 해 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자막상 '구독'으로 표기된 지표가 70%까지 치솟았고, 투자금도 모두 말랐다. 다음 달에 회사를 닫아야 하고 어떻게 닫을지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극한의 시기였다. 그가 살던 곳은 고급 아파트였는데도 거의 하루걸러 이웃집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고 시신이 실려 나갔다. 감염될까 봐 베란다 창문도 열지 못했다. 직원 중에도 죽기 직전까지 간 사람이 많았다. 그는 이 시기를 사업의 어려움을 넘어 생사가 갈리는 위기였다고 회고한다.

이때 이전부터 회사에 투자해 온 크래프턴 측 투자자(자막상 '장 의장님')가 사실상의 구제 금융에 나섰다. 인도에서 이런 서비스 기반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데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깝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 투자자가 개인적으로 200억 원을, 다른 투자자들이 약 100억 원을 모아 총 300억 원 정도를 투자받았다. 이를 통해 턴어라운드할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코로나로 한동안 고생한 뒤 2021~2022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특히 대출이 크게 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금은 본격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가는 시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인도의 성공 모델을 다른 나라로

이 대표는 인도에서 만든 성공 모델을 다른 나라에 "카피 페이스트"할 수 있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본다. 그의 판단으로는 개발도상국들이 금융 분야에서 인도와 거의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금융 포용성 문제, 그리고 스마트폰과 데이터와 AI로 이를 푸는 방식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어피닛은 이미 이 문제를 풀어 낸 자산을 갖고 있으므로, 여러 나라에 진출해 성공 모델을 다시 만들고 사업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실제로 지역과 국가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어려운 사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

흑자 전환까지 8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초기에 월급 20만~150만 원 수준의 인도 중산층을 대상으로 금융 접근성 문제를 푸는 핀테크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의 반응을 떠올린다. 인도 친구들과 파트너들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왜 이렇게 어려운 사업을 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리스크도 크고 적은 금액을 빌려줘서 언제 돈을 벌겠느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직원들조차 더 안전한 사용자에게 더 큰 금액을 빌려주는 좋은 서비스를 해 보자고 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 세그먼트가 최고의 세그먼트라는 것이다. 대중 시장일 뿐 아니라, 여기서 성공 방정식을 찾으면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과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핵심이 결국 "어느 길목에 있느냐, 얼마나 좋은 길목에 있느냐"라고 말한다. 어피닛은 수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인도는 쉬운 시장은 아니지만, 더 어려운 시장도 아니다

인도 진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인도가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시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문화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남아, 미국, 중국에 비해 더 어려운 시장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장하고 싶다면 인도만큼 좋은 나라는 없고, 인도에서 자리 잡으면 글로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를 지금 우리에게 남은 몇 안 되는 글로벌 진출의 좋은 교두보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처음 가졌던 믿음

하나만 꼽으라면 이 대표는 처음 생각했던 것에 대한 믿음을 든다. 누구든 처음 믿음을 갖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상당한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판단 자체가 정말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 믿음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번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잘될 수 있다는 믿음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 당시에는 회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처음 믿음을 가진 순간에 '에피파니'라고 부를 만한 깨달음이나 근거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도 달라진다고 그는 덧붙인다. "난 정말 아닌 거 같았는데 네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나도 그런 거 같더라", 그 믿음에 조금 전염되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것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로 꼽으며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