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없이 매출로 순위를 정한 해커톤: '흑백개발자: THE 해커톤' 30시간과 일주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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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흑백개발자: THE 해커톤'은 심사위원을 두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30시간 안에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든 뒤, 약 일주일 동안 실제 시장에서 팔아 번 돈으로 평가받았다. 이미 성과를 낸 '백개발자'와 이들에게 도전하는 '흑개발자'가 한 무대에 섰고, 토스 공동창업자 이태양, 이준석 의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출신 류기백 등도 참가했다. 영상은 한 가지 질문을 따라간다. 발표 점수가 아니라 매출로 겨루면 어떤 전략이 나오고, 무엇이 승부를 가르는가. 참가자들의 기획, 서로에 대한 견제, 30시간의 빌드, 판매 기간의 시행착오, 그리고 회사를 매각해 우승한 팀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정리한다.

9 분 분량

규칙: 정답을 주는 심사위원 대신 시장

최종 점수는 매출 80%, 참가자 상호 평가 20%로 구성됐다. 판매 기간이 끝나면 매출 상위 10개 팀이 본선에 오르고, 여기에 상호 평가 점수를 더해 우승팀을 정한다. 한 참가팀이 뒤에 설명한 규칙도 있다. 매출에서 경품 등에 쓴 비용을 빼고 순이익으로 집계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 방식이 기존 해커톤과 다르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한 참가자는 보통 해커톤은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주제가 주어져서 오히려 쉬웠다고 말했다.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출로 승부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 참가자는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래밍은 자기 영역에서 꽤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매출을 내는 개발은 안 해 본 지 20년이 됐다며, 이번에 성과를 내면 매출 내는 개발도 잘한다는 게 드러나 '백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치에 대한 발언도 다양했다. "매출 1천만 원이면 기분 별로 안 좋을 것 같다"는 참가자가 있었고, 상금보다 진짜 매출을 내고 싶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결국 마케팅 싸움이며 그 부분은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 참가자도 있었다. 하루에 1억 원 이상 벌어본 적이 있다는 참가자와 코딩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다는 참가자가 같은 대회에 섰다.

팀 구성의 차이에 대한 우려

백팀은 랜덤으로 배정됐다. 한 백팀 참가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민폐가 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막상 만난 팀원들에 대해서는 "클로드 코드 에이전트를 현실 세계에서 만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대충 이야기해도 팀원들이 알아서 착착 처리해 줘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같은 참가자는 우려도 함께 밝혔다. 백팀에는 당일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흑팀은 이미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나 미리 팀을 꾸린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점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반대로 한 흑팀 참가자는 30시간 동안 바이브 코딩을 하면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봤다. 자기 팀만큼 많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도, 유능한 사람이 모인 팀도 없다며 우승을 자신했다.

엘리베이터 피칭 ①: AI 영상과 인플루언서 자동화

빌드 도중 각 팀은 최대 30초 동안 개발 중인 핵심 기능과 방향을 소개하는 엘리베이터 피칭을 했다.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AI 영상과 인플루언서였다.

'미친 바이브 코더'라고 팀을 소개한 한 팀은 이번 해커톤에서 제품을 다섯 개 이상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다른 팀은 인간의 본질이 게으름이라고 봤다. 요즘 AI 영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지만 따라 하려면 기획도 영상 제작도 해야 해서 매우 귀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해서 누구나 AI 인플루언서로 돈을 벌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팀은 AI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올릴 만한 영상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보고, 사람의 노력 없이 최대한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행한 AI 프로필 사진의 영상 버전을 노린 팀도 있었다. 이 팀은 스노우 등에서 AI 프로필이 크게 퍼졌던 사례를 들었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서로의 미래나 과거 모습을 AI 영상으로 만들어 추억할 수 있게 하면 비슷한 방식으로 바이럴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고, 글로벌 확산을 목표로 삼았다.

주변 사람을 광고 모델로 만드는 발상도 나왔다. 한 팀은 커피를 파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TV 속 연예인이 커피를 들고 있을 때보다 주변의 아는 사람이 들고 있을 때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 팀은 사람이 이성을 만나거나 직접 돈을 벌 때 큰 효능감을 느끼니 그것을 공략하는 앱을 만들라는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격언을 인용했다. 이성을 타깃으로 하려면 사람 사이의 만남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 경험을 긍정적으로 풀어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사용자가 앱을 쓰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연구했다고 한다.

이 밖에 SNS의 바이럴 콘텐츠를 자동 분석해 제품 콘텐츠의 기획, 제작, 업로드까지 자동화하는 AI 크리에이터 마케팅 도구를 만드는 팀이 있었다. "인플루언서 온 오토파일럿"이라는 슬로건 아래 인플루언서를 100% 자동화하겠다는 팀도 있었다. 한 백팀은 광고 카피와 얼굴, 회사 맥락만 넣으면 알아서 광고가 나오는 세상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팀은 '오 마이 오픈코드', '오 마이 클로드코드'를 만든 사람들과 류기백이 함께한다고 소개하며 '오 마이 커피캣'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엘리베이터 피칭 ②: 에이전트, 연구, 그리고 '대체'에 대한 불안

AI 에이전트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팀도 여럿이었다. '데스크메이트' 팀은 개발자에게는 오픈클로를 쓰거나 맥미니를 사서 세팅하는 일이 클릭 한 번처럼 쉽게 느껴지겠지만, 비개발자에게는 그 세팅이 막막하다는 점이 함정이라고 봤다. 그래서 별도의 하드웨어나 설정 없이 바로 구매해 슬랙에서 쓸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리서치 캐시' 팀은 "논문 써 주는 고양이를 입양해 달라"는 피칭을 했다. 팀원들 자신이 연구자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빨라지고 있는데 연구자는 여전히 논문 포매팅이나 인터넷에 흩어진 논문을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지금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를 겨냥한 팀도 있었다. '내가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다. 이 팀은 AI가 왔을 때 자기 업무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분석·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에이전트를 자동 생성해 주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한 참가자는 요즘은 자신이 먼저 만들어 보면서 개발 쪽과 더 명확하게 소통하게 됐다며 "나도 사실은 반쯤 개발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AI에 의해 대체되는 게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동료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B2C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 B2G·B2B를 겨냥하겠다는 팀도 있었다.

엘리베이터 피칭 ③: 사주의 레드오션과 바이럴 전략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게 겹친 아이템은 사주였다. 한 팀은 사주로 이미 돈을 많이 벌어 더 이상 예약을 받지 못한다는 전문가를 팀에 데려왔다. 그 전문 지식과 사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상담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주 보이즈' 팀도 사주풀이 전문가의 노하우를 AI로 옮겨 쉽게 풀이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사주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친해지고 관계를 해석·관리하는 앱, 영미권을 겨냥한 사주 앱도 나왔다.

다른 참가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영미권 사주 팀의 참가자조차 사주 팀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경쟁이 치열하겠다고 했다. 사주가 돈 버는 아이템이라는 건 모두 아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사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느냐고 생각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사주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나 통하는 서비스인데 영미권 확장이 과연 가능하냐는 의문도 나왔다. 반면 사주와 점성술을 교차 검증하는 서비스를 만든 팀은 사주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두 가지를 교차 검증하는 아이템은 본 적이 없고, 결국 마케팅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감정을 자극하는 아이템도 많았다. 직장 상사나 전 연인에게 가상 환경에서 복수하게 해 주는 '복수 대행 에이전트' 팀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 복수라는 키워드에 이르렀다고 했다. 인터랙티브 웹 방식으로 복수에만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봤다. '쓰레기 판별' 팀은 남자친구나 공동창업자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점수를 매기는 봇을 만들었다. 이 팀은 얼마나 많이 바이럴되느냐가 관건이라 전략을 단순하게 가져갔고, 제품을 만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이름만 들어도 무슨 서비스인지 날카롭게 알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했다.

대화할 수 있는 AI 인플루언서 100명을 만들어 인스타그램 DM처럼 대화하게 하는 흑팀도 있었다. 이 팀은 팀원들의 누적 조회수가 9천만 회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사람은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며 '멀티버스'의 클론 세계에서 동시에 100명, 1천 명과 관계를 맺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팀도 있었다. 그 밖에 덕질에는 돈을 쓰고, K팝은 세계에서 통하며, 지금은 BTS의 시대라는 세 가지 근거로 K팝 덕질 제품을 만든 팀이 있었다. 이 해커톤에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흑백 대표자' 인재 플랫폼을 기획한 팀도 있었다.

한 백팀은 URL 단축기를 만들었다. 제안한 참가자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링크를 공유할 때 뜨는 미리보기가 콘텐츠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이 방송에 나온 내용에 자기 의도와 다른 썸네일이 붙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픈그래프 메타데이터를 마케팅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단축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도구는 썸네일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막는 데도 쓰일 수 있다고 했다.

흑과 백의 견제

참가자들은 서로를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한 흑팀 참가자는 투자를 받은 경험을 언급하며 이태양 대표를 당연히 견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탄 주민이라고 밝힌 이 참가자는 이준석 의원도 생각보다 코딩을 막 잘하는 느낌은 아니어서 걱정 없다고 했다.

다른 흑팀 참가자는 백팀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흑팀과 백팀의 차이가 애초에 크지 않고, 이 해커톤의 관건은 얼마나 바이럴을 타느냐라는 이유였다. 아무리 개발을 잘해도 홍보와 바이럴이 안 되면 끝이라서 개발 실력은 애초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컨디션도 다르다는 농담이 이어졌다. 백개발자들은 본업이 워낙 바빠 건강검진을 하면 이상하게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흑개발자가 이겨도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언더독의 승리가 더 재미있으니 반란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도 나왔다.

엘리베이터 피칭 결과와 피칭 전략

엘리베이터 피칭 투표에서는 표가 같아 공동 3위가 나왔다. 그중 한 팀은 3분 안에 나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주는 '오토'였다. 이 팀은 사람들이 대체될까 불안해하지만, 자세히 보면 일이 단순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있고, AI로 생산성을 급격히 높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업무가 AI로 얼마나 자동화될 수 있는지 경험하게 하는 것을 팀의 미션으로 제시했다.

공동 3위의 다른 팀인 흑17팀은 피칭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경품 비용을 매출에서 빼는 규칙에서 유리해지려면 외부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침 피칭 보상이 광고 비용이었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짧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피칭을 하자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재미있는 이미지를 띄우며 다소 흥분한 모습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2위는 7표를 받은 흑팀으로, 대화형 AI 인플루언서 100명을 만드는 팀이었다. 이 팀은 누적 조회수 9천만, 트위터 바이럴 트렌딩 1위 경험을 내세웠다.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출신 등 개발 실력자로 구성됐다고도 소개했다. 1위는 8표를 받은 백4팀이었다. 이 팀은 팀원들의 오픈소스 스타 합계가 55K이고, 실리콘밸리에서 엑시트 경험이 있는 대표가 함께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이 만든 것은 동영상 마케팅 도구다. 한 팀원이 외부 모델로 마케팅에 효과적인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오면, 다른 팀원이 그것을 서비스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 팀은 일주일 동안 매출을 내야 하는 평가 방식 때문에 처음에는 방향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30시간 빌드의 끝

마감 약 6시간 20분 전, 한 참가자는 생각보다 빨리 끝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기획을 하다 보니 탐색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남은 시간을 빠듯하게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빌드 세션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지친 소감을 쏟아냈다. 한 참가자는 약 10년 만에 이렇게 30시간 동안 몰입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집에 못 들어간 지 30시간이 넘어 찌뿌둥하지만, 오랜만에 '여의도 문법'을 벗어난 새로운 문법 속에 있어서 리프레시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을 아예 안 자서 수명이 줄어든 것 같지만 그만큼 진전도 많았다는 참가자가 있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싶다, 잠이 먹고 싶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판매 기간에 들어서자 전략은 제각각이었다. 광고주를 확보해 매출을 만들려는 팀, SNS 포스팅까지 자동화해 둔 팀이 있었다. 반대로 지불할 가치가 있는 수준까지 퀄리티를 끌어올리려고 첫날에는 일부러 판매하지 않은 팀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당연히 1등을 할 수 있을 텐데 엑시트를 하는 게 맞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위 흑17팀: 지인 네트워크에 팔 수 있는 도구

최종 3위는 흑17팀이었다. 이 팀은 친구들이나 과거 사업하며 알게 된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 일차적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도구가 무엇일지 고민했고, 이를 어떻게 뾰족하게 다듬어 바이럴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것이 콘텐츠 담당 팀원들이 만든 '메소드'라는 앱이다. 사용자가 특정 기업의 요청에 맞춰 릴스나 틱톡 바이럴 영상을 만들어 자기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광고주에게서 현금을 받는 구조다. 팀 주변에 인플루언서 인맥이 꽤 있었고 회사나 개인 사업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 판단해 주제를 정했다고 한다. 새벽 4시까지 함께 작업한 팀원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3등만 해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2위 흑15팀: 막판의 방향 전환

준우승은 흑15팀이었다. 이 팀은 마감 6~7시간 전부터 방향성을 바꿔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내세운 목표는 인플루언서를 100% 자동화하는 것이다. 인기 인플루언서와 비슷한 프로필을 만들고, 그런 인플루언서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를 클릭 한 번으로 생성해 인스타그램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게 했다. 팀은 이런 행사가 더 많아지고 한국 스타트업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우승 백3팀: 제품의 수명이 다해 갈 때 회사를 팔다

우승은 마지막에 회사를 매각해 엑시트한 백3팀이었다. 이태양 대표가 속한 이 팀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시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 팀원은 아이디어를 낼 때 이태양 대표의 요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품은 매력적인 인물들을 순위대로 보여 주는 메인 페이지로 구성됐다. 인물을 누르면 인스타그램 DM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지는 AI 시뮬레이션이 이어진다. 채팅이 몇 번 오갈 때마다 계속 과금되는 구조였고, 소수이지만 매우 헤비하게 쓰는 사용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팀은 제품의 '유통기한'이 점점 지나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새로운 액션 플랜이 필요하다고 보고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글로벌로 배포하는 안, 매출을 위해 광고 구좌를 여는 안이 나왔다. 형빈 님은 B2B로 결혼정보회사 같은 곳에 광고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때 현수 님이 처음으로 매각 이야기를 꺼냈다.

한 팀원은 그로스 경험을 들어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경험상 2차 액션으로 다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고, 그로스 아이템은 보통 3~4일 정도 플레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번 대회도 7일짜리 제품이라, B2C로 같은 방식의 매출을 만들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겠다고 봤다. 그래서 타로 앱을 만들어 엑시트해 본 창업가인 현수 님이 매각을 제안했을 때 설득력 있고 든든하게 느꼈다고 한다. 현수 님은 우선 500만 원으로 알아보겠다고 했다. 이 팀원은 그 가격도 싸다고 느껴 1천만 원 이상으로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팀원은 결과에 대해 복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짧은 시간에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매각을 하지 않았다면 1등을 못 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래서 다음 해커톤에는 매각을 금지하는 규정이 들어가거나, 반대로 처음부터 팔 목적으로 세일즈하는 팀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다. 팀은 금요일 하루 동안 매각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간 날이었다며, 이 기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남긴 것: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어려웠다

다른 참가자들의 회고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잘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했다. 특히 토스 팀을 보며 벽을 느꼈고, 그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먼저라고 말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가장 구체적인 교훈은 판매의 어려움이었다. 한 참가자는 당일 제품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실제로 파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팔아 보려 했지만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참가자는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잡스가 말한 "A급은 A급을 좋아한다"를 체감했다고도 덧붙였다.

앞으로 참가할 사람들에게는 서로 다른 조언이 나왔다. 한 참가자는 다 떠나서 해커톤은 재미있는 것이니 그냥 즐기면 된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는 여기 사람들이 만만치 않으니, 참가하려면 일주일 정도는 완전히 바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회는 시즌 2에서 대학별 대결을 예고하며 끝났다. 매출로만 겨룬 이번 대회에서 우승이 제품 판매가 아닌 회사 매각으로 결정됐다는 점은 우승팀 스스로 질문으로 남겼다. 다음 대회가 매각을 막는 규정을 둘지, 아니면 처음부터 매각을 노리는 팀이 등장할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