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코딩하는 해커톤 '랄프톤': 사람이 손을 떼면 3시간 뒤 무엇이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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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람은 코드를 한 줄도 쓸 수 없고 AI 에이전트만 코딩하는 해커톤이 열렸다. 이름은 '랄프톤'이다. 한국 개발자들이 주최했고, 같은 시각 서울에서도 똑같은 대회가 진행됐다. 영상에 따르면 참가자는 150명이 넘고, 카카오벤처스, 오픈AI, 네이버가 후원했다. 영상은 AI에게만 코딩을 맡기면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으로 바뀌는지를 참가자와 주최 측의 목소리로 따라간다.

4 분 분량

세 가지 규칙과 가재 코스튬

규칙은 세 가지다. 첫째, 코딩은 AI만 한다. 사람은 코드를 한 줄도 쓰면 안 된다. 둘째, 일을 맡겨 둔 AI가 멈춰서 사람이 컴퓨터를 직접 만져야 하면 벌칙으로 가재 코스튬을 입어야 한다. 셋째, 3시간 뒤 AI가 만든 결과물로 발표한다.

진행 순서도 이 규칙을 따른다. 먼저 참가자 전원이 자신의 AI에게 맡길 작업을 설계한다. 이어 약 3시간 동안 AI가 혼자 코딩하고, 이 시간에 컴퓨터를 만지려면 가재탈을 써야 한다. 코딩이 끝나면 결과물을 확인해 발표한다. 우승자에게는 1만 달러어치의 AI 크레딧이 주어진다.

'랄프'라는 이름과 대회의 출발점

호스트는 이름의 유래부터 설명한다. 랄프는 심슨 캐릭터로, 바보 같지만 우직하게 자기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AI 에이전트가 한 번에 일을 끝내지 못했더라도 강제로 루프를 계속 돌리게 하는 방식을 '랄프 루프'라고 부른다.

호스트에 따르면 AI로 코딩하는 사람들은 자기 전에 랄프 같은 루프를 돌려 놓고 잔다. 여기서 "랄프 돌려 놓고 잠자는 해커톤"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나왔고, 먼저 서울에서 열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행사는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형식으로 확장한 것이다. 호스트는 AI에 관심 많은 사람들을 모아 네트워킹할 수 있다는 점도 이 형식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번 서울 행사는 지난번 참가자들이 직접 호스팅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의미 있는 네트워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죽었다"

한 영어 발언자는 더 과격한 표현을 썼다. 자신이 코드를 손으로 타이핑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생각한다면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몇 명 만났는데, 그들에게 "이제 당신도 개발자"라고 말해 줬다고 한다. 그의 표현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죽었고, 이제 모두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그리고 모두가 개발자라면 개발 자체로는 차별화할 수 없고 돈을 벌 방법도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진짜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

한국어 인터뷰에서는 다른 각도의 성찰이 나왔다. 한 발언자는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행하게 해 주는 도구들이 매우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 자신도 원하는 것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원하는 것을 선명하게 알았다면 잘 적어서 시켰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자는 이 경험이 일종의 "거울 치료"가 됐다고 했다. 사실은 자기 잘못인데 모델 탓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작업 설계: 3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크기로

시작 전 한 참가자는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소개했다. 전날에도 한국 사람들에게 무엇을 사 가면 좋을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트렌드를 접목해 "이런 걸 사 가면 좋겠다"고 추천해 주는 도구를 구상했다.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 수 있을지 묻자, 그는 랄프 시간이 3시간 정도이니 범위를 작게 잡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서울 행사장에서도 참가자들이 AI가 혼자 코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세팅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카운트다운과 함께 랄프 타임이 시작된다.

랄프 타임: AI는 일하고, 사람은 돌아다닌다

AI가 코딩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햄버거를 먹고 서로 무엇을 만드는지 묻고 다녔다. 한 참가자는 햄버거 두 개를 먹었다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코딩을 AI가 다 하니 아이디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는 평가였다. 그는 랄프톤의 원래 철학을 "인간은 놀고 AI는 일하게 하고, 나는 잠자고 오겠다"로 요약했다. 그러니 켜 놓고 믿고 놀러 다니는 것이 맞는 방식 아니겠냐는 것이다.

가재탈을 입게 된 사람들

모두가 순조롭지는 않았다. 시작 후 한 시간도 안 돼 첫 가재탈 착용자가 나왔다. 이 참가자는 Claude Code에 제대로 로그인해 두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유료 계정이 아닌 무료 계정으로 시작해 세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랄프는 이날 처음 써 본다고 했다. 일반 해커톤과 무엇이 가장 다르냐는 질문에는, 랄프가 많은 것을 빠르게 해 주지만 자기 통제 밖에 있는 것이 너무 많아 불안하다고 답했다. 그래도 AI가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어려운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자 "지금"이라고 답해 웃음을 샀다.

다른 사례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짜 둔 워크플로가 일찍 끝나 시간이 남았고, 다시 돌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설정하지 않아서 화면이 꺼질 때 루프도 함께 꺼졌다고 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메모리 문제였다. 랄프가 시스템 메모리를 약 100GB 가까이 잡아먹어 컴퓨터가 계속 멈췄고, 그래서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참가자는 내부가 블랙박스라 25분마다 가재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상은 AI가 말을 듣지 않아 가재 코스튬을 입는 사람이 점점 늘었다고 전한다.

잘 굴러간 참가자들의 방식

반대로 여유 있게 진행한 참가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3시간 동안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끝나기 5분 전쯤 와서 잘 돌아가는지 구경만 했다고 한다. 그는 랄프를 돌릴 때 AI에게 한 가지 지시를 해 두었다. 혼자 결정하기 어렵거나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문서화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돌아와서는 AI가 무엇을 문서로 남겼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AI에게 지시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그냥 "고쳐 줘"라고 하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대신 자신을 시니어, AI를 주니어로 생각하고, 주니어가 잘 알아들으려면 어떻게 방향을 줘야 할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심사자가 본 것: 첫 프롬프트와 자체 평가 체계

심사를 맡은 이찬 씨는 참가자들에게 프롬프트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는 첫 프롬프트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작업을 맡길지, 어느 정도의 디테일을 담을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모두 첫 프롬프트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프롬프트와 그것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고 한다.

그가 관찰한 흔한 실수는 리뷰를 잘 하지 않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결과가 의도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는데도 그냥 "예스"를 누른 참가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좋은 패턴은 AI가 평가 체계를 스스로 구축하게 하고, 그것으로 체크하며 제품 완성도를 높여 간 경우였다. 그는 이런 장치가 없던 팀들은 제품 품질에서 차이가 컸다고 봤다. 다만 이를 실수라기보다는 쉽게 놓치는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샌프란시스코 우승작: 에이전트와의 대화를 코드 리뷰에 연결하다

샌프란시스코 행사의 우승자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우승작(자막상 'Orchid'로 들림)은 엔지니어가 코드에 대해 추론하려고 AI와 나눈 대화를 활용하는 도구다. 우승자의 설명에 따르면 엔지니어는 에이전트와 나눈 모든 대화를 코드와 연결해 클라우드에 올린다. 이후 PR을 리뷰할 때 "왜 이 데이터베이스를 쓰기로 했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면 도구가 대화 기록 전체를 검토해 답을 준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직접 검토한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제안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다. 그러면 리뷰어는 개발자에게 다른 선택지를 쓰자고 바로 제안할 수 있다. 우승자는 같은 결정을 두고 반복해서 논의할 필요 없이 정확한 답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승자의 조언: "AI가 할 수 없다고 가정하지 말라"

AI를 잘 쓰는 법을 묻자 우승자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며, AI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항상 가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할 수 있는지 AI에게 직접 물어보고, 어떻게 달성할지 조사하게 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게도 AI가 못 할 거라고 가정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아내라고 물어보라고 말해 왔다고 했다. 코딩이 AI의 몫이 된 대회에서, 참가자와 심사자, 우승자가 남긴 말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사람의 일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하고, 방향을 주고, 결과를 검증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이다.